농구스타 한기범과 15人 작가의 특별한 나눔 전시회
📷 숫자 ‘15’와 한기범 희망재단 대표의 만남은 아주 특별하다. 농구코트를 누비던 현역시절 그의 등에는 ‘15’라는 숫자가 있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그는 염색체 중 ‘15’에 해당하는 피브릴린(fibrillin)-1 이라는 단백질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정상적인 결체 조직이 형성되지 않는 희귀병 마르판증후군을 앓고 있다. ‘15번 염색체 DNA와 15人의 작가들이 모여 DNA-15展을 연다고 해서 찾아갔다. 가을이 풍성하게 열린 들판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도착한 일산 이영희 작가 작업실. 작은 건물 지하에 마련된 작업실은 DNA그림들과 인체를 표현한 비구상작품들로 가득했다. 한 대표는 ‘DNA 15人 展’을 열게 된 계기를 이영희 작가를 만나고 나서라고 했다. “친구소개로 이 작가님을 만났는데 ‘DNA’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인체작가라고 하더라고요. 누구나 DNA와 무관치는 않지만 특히나 저는 DNA로 인한 희귀병을 앓고 있잖아요. 제가 앓고 있는 마르판증후군은 DNA 15번이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생긴 병이거든요. 그 하나 만으로도 예사로운 만남이 아닌데 제가 운영 중인 희망재단에서 후원하고 있는 심장병어린이들 하고도 DNA는 특별한 연관이 있고요.” 한 대표는 2000년과 2008년 두 번에 걸쳐 마르판증후군으로 인해 심장수술을 받았다. 이렇게 두 번의 수술로 새롭게 태어난 삶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한 한 대표는 꾸준히 재능기부 나눔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5월19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심장병어린이 돕기 나눔 희망농구 연예올스타농구대회를 열었다. 또 6월30일에는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두 번째 행사를 개최해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특별한 만남으로 열게 된 특별한 전시회 오는 11월 14일부터 일주일간 열리게 되는 ‘DNA 15人 展’은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고 싶어 하는 15명의 작가들이 참가하게 된다. 이번 ‘DNA 15人 展’의 의미는 3가지다. 첫 번째는 한 대표가 농구선수로 현역에서 뛸 때 등번호가 15번이었다. 두 번째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18번 염색체에 의해 마르판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않고 있는 자신과의 연관성이다. 마지막은 이번 기획전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준 15人의 작가들이다. 이런 의미가 꼭 아니라도 하더라도 이번 기획전은 생명의 소중함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그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는 게 큰 의미를 준다. 이번 기획전을 한 대표와 같이 기획한 이영희 작가는 인체작가다. 그림이 좋아서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늘 기부활동에 참여하려고 노력해왔다. “기부를 흔히 돈부터 떠 놀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노동을 통해 남을 돕는 것도 기부이고 자기가 가진 재능으로 돕는 것도 기부에요. 작가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으로 그림을 그려서 기부할 수 있는데 그동안 여러 차례 이런 기부활동에 참여해왔어요. 그런데 한 대표님을 만나고 나서 같이 서로가 가진 장점을 살려서 기부를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한 대표님께서 먼저 제안하더라고요. 아는 작가들에게 말했더니 서로가 작품을 내겠다고 동참의사를 밝히더라고요. 여유롭진 않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해준다고 해서 너무나 감사했죠.” 기왕 말나온 김에 서둘러서 기획전을 열어보자고 생각하고 한 대표와 이 작가는 자주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나서 기획한 내용을 토대로 다시 이 작가는 15명의 작가들과 만나 전시회 콘셉트를 구상했다.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너무나 좋아했다. 참가 하는 작가는 서양화가, 강원석, 김순자, 문인환, 이승오, 이영희, 정길채 동양화가 고현미, 김지현, 사진작가 이현권. 최영진, 도예가 이재숙, 조각가 김인태, 정창훈, 디자인작가 김기순, 정은주 등이다. 이 작가는 서양화가이면서 인체작가다. 그녀가 인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니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 유기농식품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학적인 근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DNA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게 작품으로 연결된 거예요.” 이 작가는 7차례나 개인전을 열었다. 인간의 혼과 육체의 경계에서 혼이 담긴 조형성을 중시한다는 그녀의 작품에는 따스한 모성애가 느껴진다는 이들이 많다. 이번 기획전에서도 이 작가는 그림을 감상하며 심적인 안정을 찾고 환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예정이라고 했다. ‘인체’가 아니라 ‘치유’의 포괄적인 의미를 담아 한 대표가 운영하는 ‘한기범 희망재단’에서 후원하는 곳은 어린이 심장병 환자와 다문화 가정 어린이 등이다. 한 대표는 이번 ‘DNA 15人 展’ 전시회의 전 수익금을 이들에게 나누어서 후원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이 작가와의 만남을 ‘인연’으로 표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나눔’이라는 마음을 갖고 만났기에 오랜 친구와 같다고도 했다. 더구나 ‘나눔’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스스럼이 없어졌다고.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냐고요. 그런데 전 그렇게 생각할 게 아니라고 봐요. 지금껏 많은 나눔 행사를 해온 경험이 있기에 기획전에 대한 전반적인 마케팅은 제가 맡으면 되고 기부할 작품은 작가들이 맡아 하는 서로의 역할 분담만 하면 되거든요. 기부를 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데 있어 맞지 않는 게 뭐가 있어요. 마음만 맡으면 되는 거죠.” 두 사람이 기획안 이번 ‘DNA 15人 展’의 초점은 인체가 아니라 ‘치유’라는 포괄적인 주제에다 맞췄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해 나감으로서 일반인들이 미술품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회가 상처받은 어린이와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른 작가들과 병원에 작품전시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 이 작가는 병원에 있는 환자들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삶에 대한 희망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작업을 할 때 재즈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이 작가의 그림은 강렬한 색상보다는 톤이 약한 색을 조합해서 빛으로 통로를 만들어 몽환적인 판타지를 부르는 작품들이 많았다. 전시했던 그림은 경매를 통해 판매 사람의 얼굴이 제각각이듯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손에 의해 완성되는 작품은 아무리 모방이 뛰어난 작가라고 해도 똑 같은 작품은 만들어 낼 순 없다.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유일 무일한 작품에는 작가들의 혼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렇게 하나 밖에 없는 작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작가들은 희망을 얻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일주일동안 15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 작품들은 전시도중 판매되거나 전시가 끝난 후 경매를 통해 원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게 된다. “경매도 전시와 마찬가지로 소통의 일환으로 생각해요. 전문 컬렉터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와서 전시회를 통해 작품과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이죠.” 진짜로 작품을 갖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낮은 가격부터 시작하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그림이나 작품을 사러 모으는 사람들을 보면서 재력가 또는 호사스런 취미라고 생각하는 그런 의식부터 없애주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집에 그림 한 점만 있어도, 작품이 한 점만 있어도 심리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작품은 비싸다는 편견을 버리고 이번 전시회에 와서 그림도 관람하고 소외계층도 돕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이 작가는 그림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벌게 되는 수익금은 전시회를 개최하는 부대비용을 제외한 전 금액을 ‘한기범 희망재단’에 기부하게 되는데 한 대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어린이 심장병 환자를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심장병은 한번 수술 받는다고 끝나는 그런 병이 아니거든요. 수술을 받고 또 받고 치료를 해야 하는 병이에요. 그만큼 수술비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병원과 협력을 맺어서 기부를 할까 생각을 해요. 그러면 병원에서 치료받은 심장병 어린이들이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환경이 어려운 경우 치료비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는 가족들이 많아요. 저도 그런 과정을 겪어 봤으니까 너무나 잘 알죠.” 한 대표는 이번 전시회 외에도 다양한 나눔 활동을 계획 중에 있다고 했다. 조금씩 늘어가는 후원자들 보면서 희망 얻어 한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건 ‘한기범 희망재단’을 설립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본인이 직접 아픔을 느꼈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유나 환경이 좋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스스로가 겪고 느낀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유년시절부터 불우한 친구들이나 몸이 안 좋은 친구들을 볼 때면 늘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기회가 되면 직접 도왔다. 그렇게 필연적인 이유에 의해 시작한 희망재단에 조금씩 후원자수가 늘고 있다. 그야말로 희망을 싹틔우고 있다. 한 사람이 후원하는 작은 후원금은 힘든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한 대표가 ‘한기범 희망재단’을 출범한지는 이제 2년째다. 처음에는 막연하기만 했던 사회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사람들의 의식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업에서도 조금씩 정성을 모아준다. 처음에는 아는 기업을 찾아다니다 지쳐서 녹초가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눔에 대해 인색한 사회를 몸으로 느끼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런 사회가 점점 후원에 대해 관대해 지고 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많은 분들이 후원에 동참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만원이든 이만 원이든 자동이체로 후원하게 되면 이런 소액 정말로 큰 힘이 되거든요. 재능이 있는 분이라면 재능으로도 적극적으로 나눔에 동참해주시면 바랄게 없죠. 저는 운동선수였잖아요. 처음 시작할 때, 선수의 신념을 갖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여태껏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 제 뒤에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경제는 어렵지만 사람들의 가슴은 따스함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 지난 10월 한 대표는 ‘대한민국 나눔 대축제’에 참여해 부스를 설치하고 나눔 활동을 홍보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같이 행사에 참여한 구세군 팀의 소개로 한 대표는 MBC 희망나눔팀과 알게 되어 캄보디아 봉사활동에 참가하기로 했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는 자신이 서질 않아 일주일을 심사숙고 했다는 한 대표는 늘 해외에 나가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면서도 몸이 건강하지 못하니까 정작 실천을 못해왔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이번 봉사활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가는 건데 챙길 게 참 많아요. 말라리아 약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검사도 받아야 하고요. 그렇지만 동행하는 사람들이 젊은 친구들이니까 함께 힘내서 봉사하고 와야죠.(웃음)”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원조나 봉사활동에 대해 편협적인 시선이 많다. 우리나라도 어려운데 왜 해외 가서 돕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그러나 어려웠던 시절 우리도 많은 국가들한테 원조를 받아 온 만큼 이제는, 경제 강대국 대열에서 과거 우리나라 같은 개발도상국을 돕고 원조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예술을 통해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그 아픔을 함께 풀어가는 모토와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이들이 있어 이 사회는 혼탁함을 정화시키고 있다. 한 대표는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위해 떠나는 날이 내일(10월24일)이라 준비할 게 많다며 인터뷰가 끝나자 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는 한 대표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그의 나눔 바이러스가 전 국민에게, 전 세계인들에게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 농구스타 한기범과 15人의 작가가 함께 하는 특별한 전시회 ‘DNA-15展’은 오는 11월 14일(수)~20일(화)까지 열린다. 장소: 역삼동 유나이티드 갤러리 www.unitedgallery.co.kr /02)539-0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