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범 희망재단 대표 ”희망을 나누는 일에 모두가 동참했으면” ”희망을 나누는 일에 모두가 힘을 보태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업도 개인도 성숙되지 못한 나눔 문화 ‘한기범희망재단’은 매달 후원금을 내는 개인 후원인만 200여 명, 정식후원사는 없다. 후원인들이 낸 후원금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나 심장질환협회에 전액 지원한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하다. 그래서 요즘은 오기 같은 게 생겼다. 어떻게든 기금을 마련해서 어린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사실 한 대표가 하는 일은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것들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경제력은 부강해졌을지 몰라도 정체성이 자리 잡지 못했다. 그래서 남을 돕고 베푸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인색하고 인식도 부족하다.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에게 뜨거운 지지와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외국에 비추어 보면 부끄러울 뿐이다. 어쩌면 나눔이란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서 느끼는 행복감이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에겐 없다. 남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동참하는데 의미를 두는 게 나눔인데도 기업을 알리는 홍보마케팅으로 생각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전문가를 만나서 상담까지 받았을까? “나눔에 대해 실천하고 있는 전문가를 만나서 상담을 했더니 그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어떻게 맨 날 기업들한테 구걸하면서 나눔을 실천할 거냐. 우리나라는 나눔이나 기부를 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일도 하다가 지치게된다. 개개인의 의식이 아직도 후진국이나 마찬가지인 우리나라는 기업도 개인도 성숙하지 못한 바탕이 깔려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누군가는 앞서서 나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자체적인 생산 활동을 해서 기금을 마련하고 그것으로 좋은 일을 해야 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농구교실과 연예인농구단 감독으로 활동 그의 하루는 바쁘다. 농구교실과 연예인농구단 ‘더홀’의 감독이다. “농구교실은 아는 후배 때문에 만들었는데요. 정말로 농구를 잘 하는 후배에요. 선수출신이 아니라 길거리 농구를 하는 후밴데 의기투합해서 농구단을 만들기로 한 거죠. 매일 저녁에는 성인반이 열리는데 대개가 주부들이에요. 농구를 좋아하면서 팬으로서 농구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농구를 가르칠 정도로 거부감이 없어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생들이 함께 하는 농구교실이 구민체육관에서 열리는데요. 아이들이 공을 다루는 기초부터 농구를 하는 방법까지 가르칩니다. 연예인농구단은 매주 화요일 저녁에 여는데요. 개그맨들이 대부분이에요. 벌써 10년이나 됐네요(웃음).” 건강한 두 아들은 아버지의 바람과는 다른 세계를 꿈꿔 그는 ‘마르판 증후군’으로 두 번의 심장수술을 받았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 손발이크고 눈이 나쁜 것이 가족력이 50%나 되는 이 병의 특징이다. 고3때 심장마비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은 그가 수술을 받기 한 달 전에 세상을 버렸다. 5남매 중 3남매가 이 병을 앓고 있어 무엇보다 가족의 편안함이 가장 큰 바람이란다. “이 병은 풍선을 잡아당기면 쭉 늘어나듯이 혈관이 늘어나서 죽는 병이에요. 보통사람들은 1년에 10cm를 크는 경우가 평생에 한번 정도인데, ‘마르판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3~4년 동안 이런 현상이 지속돼요. 요즘은 의술이 발달해서 심장수술을 13시간 받고도 멀쩡하게 활동이 가능하더라고요. 인조혈관을 넣어서 성형을 하는데 너무 정교해서 전혀 불편하지도 않고요. 우리나라에 심장이 식수술을 하는 의사가 한 분 계시는데 그 분으로 인해서 우리나라 의술이 20년 정도 당겨졌다고 하더라고요.” 수술을 받기 전 그의 몸 상태는 너무나 안좋은 상황이었다. 온 가족이 끌어 안고 몇 날 밤을 울었다. 수술을 하고 1년 밖에 사시지 못한 아버님생각에 자신도 견딜 수 없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건강 상태는 아주 양호해 보였다. “전혀 약도 안 먹고 등산도 하고 운동도 합니다. 병원에서 살만 찌지 않게 주의하라고 하더라고요. 살이 찌면 심장에 부담이 간다고 하면서요.” 다행히 두 아들은 아빠의 이런 체질을 닮지 않았다. 엄마를 닮아서 키도 적당하고 아주 건강하다. 그래서 운동선수로 키워볼 욕심도 부렸다. 자신이 가진 운동에 대한 좋은 기억을 아들들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빠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큰 아들은 인터넷 블로그에 판타지소설을 쓴다며 상상의 세계를 그리다가 고등학교를 애니메이션학과가 있는 게임 학교로 갔고, 작은 아들 또한 운동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꿈꾸고 있다. 동료나 후배의 자식들이 농구코트에서 뛰는 것을 보면 가슴이 뛰는 이유는 자신의 못다 한 꿈과 열정이 아직도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선배로서 후배 선수들의 부도덕한 일을 바라보는 심정 “사회적으로 도덕적인 일을 해야 할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문제로 언론에서 언급되는 것을 보고 선배로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프로선수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몸 관리를 잘 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팬들에게 멋지고 훌륭한 경기를 보여줄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고교시절부터 계속해서 돈에 관련되어 일정부분이 오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잠재적으로 그런게 있으면 사회에서도 유혹을 넘기지 못하죠. 고액연봉자와 저액연봉자의 차이가 많은 것도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 같아요. 같은 스포츠인으로 안타깝기도 하고 선배로서도 부끄럽기도 합니다. 사회의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보면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생활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운동만 시키다보니까 사회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거죠. 또 운동이라는 울타리에 있다 보니까 사람들과의 관계나 자기가 해야 할 계획 같은 것을 한두 사람의 지도자에 의해 컨트롤이 되는 것도 문제고요. 이런 것들이 사리분별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운동만 해온 세대로서 먼저 겪어온 것을 말한다면 운동만 시킬 게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몸이 피곤해도 오전에는 학교에 가서 친구도 사귀고 대화도 나누고요. 그렇게 되면 피곤해서 공부는 어렵더라도 친구들은 사귈 수가 있잖아요. 나중에 졸업하고 나면 서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결국 친구들이거든요.” 그의 말처럼 학교의 폭력문제라든지 왕따 문제도 어쩌면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환경이 만들어 냈다. 죽기 살기로 공부만 하고 운동만 하다보면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축적만 될 뿐 해소할 곳이 없다.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스포츠나 예술을 가르치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운동을 시키더라도 승부를 떠나서 참가에 의미를 둔 운동으로,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더욱 건강해지지 않을까? “교육계가 그런 것들을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도 교육계전문가들은 분명히 외국에서 배워서 왔을 텐데 그것을 우리나라 교육에는 반영이 왜 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같은 나라는 공부 잘하는 애들을 바보라고 왕따 시키거든요. 우리와는 반대죠. 교육전문가들이 외국에서 안 좋은 것만 배워온 것 같아요. 유학파들의 잘못된 시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개인주의보다는 단체주의가 더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우정과 협력했을 때 학교생활이 즐거워진다는 것을 그 분들이 모르진 않을 텐데 말입니다.” 서로가 동참하는 나눔이 확산되었으면 “많은 분들이 나눔에 대해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하는 사람만 하는 편향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나눔은 마인드만 바꾸면 간단하거든요. 연예인들이 하는 ‘행복나누기&캠페인’은 &자가 붙어있는 제품만 사도 일정금액이 불우한 사람들이 돌아가게끔 의무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눔에 대해 더 넓게 봤으면 좋겠어요. 봉사도 참여하고 &자 붙은 상품도 사주고요.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가까운 데서 찾고 동참하려는 마음이 중요하거든요. 이러한 것들은 인식부족인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나눔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고 그런 풍토가 형성이 안 되어 있는 우리 사회도 문제죠. 기부문화가 정착되어야 성숙한 사회가 되는 거거든요.”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새 삶을 살아가겠다는 그의 바람은 ‘희망 올스타’가 외국으로 나가서 더 넓게 볼 수 있길 원한다.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에. 가족들 건강해서 가정이 조금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도 있다. 그의 바람처럼 나눔 문화의 훈풍이 올 봄 화사하게 피어나길 바란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4월호>📷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기부와 지역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만든 행복주식회사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유명인들의 나눔도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의 나눔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발걸음이 더디다. 심장병어린이와 희귀질환을 가진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는 한기범 희망재단 대표를 만났다. ‘한기범희망재단’은 심장질환이나 희귀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오아시스와도 같다. 시작한지는 2년째지만 ‘희망재단’을 통해 생명을 찾은 숫자는 꽤나 된다. 절실한 마음에서 문을 두드렸던 그곳은, 그가 도움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기에 의미가 더하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새 삶이지만 실천 앞에서는 망설이게 했다. 오랜 만난 선배는 이런 한 대표의 마음을 읽었던 모양이다. 담소를 나누던 중 ‘홍명보 선수도 좋은 일을 하는데 농구선수 출신으로 좋은 일 한 번 해 볼 마음 없냐’고 물었다. 생각은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재능기부에 대해 설명하며 선진국의 예를 들어줬다. 그래서 용기가 났다. 내친김에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말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며 모두 좋아했다. 어떻게 재능기부를 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친선경기’를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희망농구올스타팀’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1팀과 2팀으로 팀을 짜고 일정을 잡고, 세상에 나갈 준비도 하지 못했던 이들은 가장 빠른 스피드로 걸음마를 시작했다. 오로지 열정하나로 뭉친 이들이기에 두려움도 없었다. 이렇게 뚝딱 만들어진 ‘희망농구올스타팀’은 2010년 4월에 의기투합을 한 후 5월 5일에 친선경기를 치렀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나 다름없는 일정은 지인들의 도움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첫 막을 올릴 수 있었다. 2012년 자원봉사 희망프로젝트 ‘나누면 행복’이라는 주제로 MBC TV방영 여기저기에 현수막을 걸고 홍보물도 제작하여 걸었더니 호응도는 꽤나 높았다. 문제는 경기를 치르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었다. 평생 운동만 하고 살아왔기에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무작정 기업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결과는 없었다. “그때는 정말로 힘들더라고요. 잠도 잘 수 없고 마음은 가시방석이고. 어떤 기업은 ‘의정부는 시골이라 홍보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기금을 협찬할 수 없다’고 하는데 맥이 풀렸죠. 나눔에 대해 인색한 우리 사회가 가슴을 답답하게 했으니까요. 다행히 지자체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기금을 마련해서 행사를 치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대박이었어요. 관중이 무려 5천 명이나 왔었거든요. 이 대회에서 모은 기금은 전액 기부했습니다.” 올해 ‘희망농구올스타자선경기’는 5월 19일 토요일에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작년에 이어 2회째다. MBC TV에서 2012년 자원봉사 희망프로젝트 ‘나누면 행복’이라는 주제로 45분간 방송된다. 이번에도 유명선수출신들과 현역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유명개그맨으로 구성된 연예인농구팀도 20여 명이나 출전한다. “연예인농구팀은 개그콘서트에 출연했을 때 인연이 됐습니다. 그때 개그맨 임혁필이 몇 달 전에 농구단을 만들었는데 가르쳐줄 사람이 없어서 자기네들끼리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간될 때 가르쳐 주겠다고 했죠. 그때부터 같이 했으니 벌써 10년이나 됐네요. 작년 친선경기는 일정조절을 못해서 5월 5일에 열렸거든요. 개그맨들이 가장 바쁜 때가 그날인데도 모두 행사를 포기하고 와서 경기를 해줬었죠.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받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몸소 실천 한 대표의 나눔 실천은 본인이 받은 것에 대한 감사함이다. 2000년도와 2008년 두 번 이나 심장수술을 받을 때 도움을 요청했던 곳이 심장재단이었다. “의료보험혜택이 안 돼서 수술비가 굉장히 비쌌거든요. 첫 번째 수술은 어떻게든 받았는데 두 번째 수술은 도저히 형편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심장재단에다 도움을 요청했더니 희귀병으로 인정돼서 수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명을 연장하고 나니까 나를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가진 것은 농구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재능기부를 생각하게 된 거죠.” 그는 해마다 많은 행사를 한다. 보육원과 사회복지행사도 매년 연다. 농구공을 준비해가서 보육원이나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아이들과 게임도 하고 멘토링도 한다. “농구를 한 번 해봤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에게 운동에 대한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몸을 부딪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거든요.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건강한 인성도 형성되고 농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겠죠?” 📷